집에만 꼭꼭 숨어 있던 아줌마들이 앞치마를 풀고 큐를
잡았다.
한국당구아카데미가 열고 있는 `2008 전국여성 4구 당구대회`가 아마추어 당구인은 물론 일반인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여성 아마추어 당구대회이기 때문.
두 달 간격으로 연말까지 모두 5라운드 경기를 치르는데 12월 최종
라운드에서 각 대회 승자가 모여 `왕중왕`을 가린다.
현재 1라운드를 마치고 2라운드가 4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요즘 대회
장소인 한국당구아카데미(서울 금천구)에는 벌써부터 아줌마 60여 명이 몰려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당구장 하면 자욱한
담배연기, 여기저기 널려 있는 자장면 `잔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신 당구장 한쪽에 맘놓고 마실 수 있는 미니바가
자리잡고 있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여성적이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연령층도 초등학생부터 주부까지 다양하고 직업도
당구장 매니저에서 컴퓨터 학원강사, 미술학원장까지 각양각색이다.
손형복 당구아카데미 원장은 "처음 열린 대회였지만 매 대회 참가
인원이 80여 명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며 "당구는 전국 동호인 수가 1000만명을 넘을 정도로 널리 보급된 국민 레포츠지만 지금껏 변변한
여성대회가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당구에 입문한 지 갓 6개월 됐다는 주부 홍선희 씨(34)는 "남편이
당구광이라 자연스럽게 당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구 때문에 싸우곤 했는데 이젠 가끔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당구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귀띔했다.
당구장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지난 대회 우승자 변은영 씨(26)가 당장 "정교하게 공 사이를 넘나들어야 하는 4구의 치밀함
속에는 어떤 스포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예술성이 있다"고 한마디 거든다.
아예 이번 대회를 통해 화합 다지기에 나선 가족도
있다.
주부 손민자 씨(65)와 초등학교 6학년 딸 이미래 양(12)이 그 주인공.
손씨는 "아이하고 나이차가 많이
나 세대차를 많이 느낀다. 남편이 아이들하고 소통도 할 겸 당구를 같이하고 싶다고 해서 가족 모두 당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큐보다 더 작아
어깨 너머로 슬쩍슬쩍 배우던 딸이 이제 100점까지 올라서며 내 최대 라이벌이 됐다"고 멋쩍게 말했다.
나란히 대회 최고령과
최연소 선수에 오른 이 모녀는 다음 대회 입상을 목표로 나란히 큐를 겨눈다.
운동효과도 쏠쏠하다. 계속 당구대 주위를 돌며 쳐야
하기 때문에 1시간 경기에 4㎞를 걷는 효과가 있다. 게임인 동시에 운동이라는 말이다.
손 원장은 "특히 공 위치와 각도를 계속
생각하기 때문에 집중력 증대와 노인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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