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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전 당구


[경향 신문] “언젠가는 당구특기생도 뽑겠죠”
제목 없음 ㆍ대학가 당구동아리 붐…9월엔 첫 공식대회도

“딱! 딱!”

당구공 부딪히는 소리는 여느 당구장과 다름없이 경쾌했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돈 내기를 위한 시간계산도 없었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없었다.

 

연습을 앞두고 포즈를 취한 고려대 당구동아리 학생들. 당구를 즐기면서도 연습할 때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다. 25㎡ 정도의 이 방은 학교에서 화정체육관 한쪽에 마련해줬다. 김문석기자


고려대가 대학 최초로 체육관 안에 당구대를 놓았다. 학생들의 취미 활동을 위해서가 아니다. 당구를 학원스포츠의 하나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지난 27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 들어서자 회원 6명이 2개의 당구대에서 연습에 전념하고 있었다. 코치를 맡은 허해룡 대학당구연맹 사무국장(31)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밀착해 큐를 잡는 자세부터 손수 수정해줬다.

“당구는 탁구보다 사격에 가까운 운동이야. 그만큼 자세가 중요하지. 네가 치는 공과 맞출 공, 큐대가 일직선이 돼야 해. 자세가 흐트러지면 처음엔 실력이 느는 것 같아도 에버리지 300 정도에서 한계가 와.”

학생들은 기초자세부터 다시 배웠다. 평소 에버리지 200점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선 ‘좀 친다’는 소리를 듣던 이민우씨(전자공학 03학번)는 “와서 배우니 내 실력이 왜 정체했는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 사무국장은 “사람들이 당구를 스포츠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점수 따는 법만 배우고 기초를 탄탄히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구가 불량 청소년의 놀이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고도의 마인드 컨트롤과 집중력이 필요한 스포츠다. 어린아이들의 두뇌 계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당구예찬론을 폈다.

지난 4월말 회원 16명이 모여 창립한 고려대 당구동아리는 정식 운동부가 되는 것이 목표다. 같은 목표로 동아리를 꾸린 대학이 현재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6개다. 지난 26일에는 한국대학당구연맹이 창립총회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9월엔 연맹이 주최하는 첫 대회도 열린다. 허 사무국장은 “당구가 학원스포츠로 정착하려면 대학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학 대회가 활성화되고 당구가 정식 운동부로 인정되면 당구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도 나오고 자연스럽게 초·중·고에도 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당구동아리의 윤석희 회장(기계공학 07학번)은 “평소 좋아하는 당구를 마음껏 할 수 있어 즐겁다. 친구들도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1주일에 한 번씩 단체로 모이고 개별적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연습한다”며 “9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란 포부도 잊지 않았다.

대학당구연맹의 박영민 회장(64·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은 “아시안게임에 당구 금메달이 10개나 걸렸다.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유지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원스포츠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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