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한국당구아카데미에서 한 직장인이 당구를 배우고 있다. <김재훈
기자> |
|
|
당구가 진화한다…직장인ㆍ여성층 늘고 당구장
고급ㆍ대형화
전문 방송채널 등장
"당구장에서 먹는 자장면이 최고죠."
직장인 김만중 씨(38)는 입가에 까만 자장이 붙은 채로 한마디를 던진다. 말을 하면서도 김씨의 눈은 동료가 친 하얀 당구공을
향해 있다.
갑자기 김씨는 "안 맞았네. 내 공 떴다"고 외치며 자장면 그릇을 던지듯 내려놓고 당구대로 달려갔다.
"자장면은 조금 불어도 맛있어요. 점심도 먹고 동료들이랑 자장면 내기 시합도 하니 일석이조죠."
`점심 당구`
예찬론을 펼치던 김씨는 "다들 저녁시간에 술 마시면 시간도 돈도 부담스러워 올해 초부터 부서 단합을 당구장에서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한 당구장에는 김씨 일행뿐만 아니라 군만두 하나를 입에 물고 공을 치는 사람부터 "아줌마 났어요"라고 외치는 사람까지
와이셔츠를 입은 회사원 일색이다.
노래방과 PC방 등에 밀렸던 당구가 돌아왔다. 7080 직장인들이 당구장으로 대이동하면서 요즘
시내 중심가 당구장은 점심과 저녁 시간에 자리 전쟁을 치러야 한다. 유흥가와 주택가 주변도 저녁시간이면 사람들로 북적댄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1999년 2만8300여 곳에 달했던 전국 당구장 수는 2003년엔 1만4900여 곳으로 절반이나 줄었다가
지난해 2만2500여 곳으로 다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만 전국적으로 3000여 개 당구장이 새로 문을 열어 `제2 당구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손형복 한국당구아카데미 원장은 "경기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것도 당구를 다시 찾게 되는
요인"이라며 "케이블TV의 당구 중계, 국제대회 메달 소식뿐만 아니라 차유람 같은 여자 당구 스타의 등장도 당구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담배 연기 자욱하고 칙칙한 분위기의 당구장 모습은 옛말이다. 최근에는 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당구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주차장을 따로 두는 당구장은 물론이고 당구대만 50여 개를 비치한 초대형 당구장까지 등장했다.
`당구 열풍`의 주축은 역시 예전에 당구를 즐겨 했던 `7080 세대`. 1990년대 이전 대학생활을 했던 30~50대가 다시
`큐`를 드는 사례가 늘었다.
월급은 뻔한데 기름값 등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자녀 교육비에 부담이 많은 중년 샐러리맨들에게
당구장은 향수를 자극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이 된다.
요즘 당구장 요금은 10분에 1500원 안팎으로 10년 전 1000원
정도에 비하면 큰 차이가 없다.
일부 도심 당구장에서 2000원까지 받는 곳이 있지만 3~4명이 2시간 동안 당구를 친다고 해도
1인당 8000원이면 충분하다.
당구 열풍은 동창회나 직장인들의 회식 스타일까지 바꿔놓았다.
당구에 입문한 지
1년밖에 안 됐다는 정상훈 씨(40)는 "1차 끝나고 당구 1~2시간 치면 소화도 되고 술도 깨서 집에 들어가니 집에서 구박도 안 받는다"며
당구 예찬론을 폈다.
손형복 원장은 "직장인 중에 상사나 팀원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아카데미를 찾아 실력을 늘리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고, 특히 젊은 여성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당구 열풍에 힘입어 당구 전문방송국도 생겨났다. `한국당구방송`은
100평 정도 되는 공간에 국제규격 당구대 4대를 설치하고 카메라와 조명, 방음시설을 완비했다. 올해 수십 개 대회를 열 계획이고 조만간 국내
최초의 당구 전용 채널도 열 예정이다.
당구는 1시간 경기하면 4㎞를 걷는 효과가 있다. 게임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운동에 가깝다는
얘기다. 주부와 노인들 가운데서 당구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다.
55세 나이에 300이 넘는 실력을 자랑하는 홍순양 씨는 "오랜
기간 관절염으로 고생했는데 당구를 하고나서부터는 건강을 되찾았다"면서 "나중에 손자와 내기 당구를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